7) 해석
상담에서의 해석은 내담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상담자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해석은 내담자의 여러 언행 간의 관계 및 의미에 대해 가설을 제시하는 것이다. 즉, 내담자로 하여금 과거의 생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자기의 행동과 내면세계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석의 의미나 범위는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게 설명된다. 고전적 정신 분석가들은 주로 내담자의 현재 관계와 초기 관계의 인과성에 대한 언급만을 해석으로 간주한다. 내담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의미까지 설명해 준다는 면에서 해석은 가장 어려우면서 무의식에 관한 '분석적 전문성'을 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간중심적 치료'를 하는 상담자들은 해석을 피하고 주로 감정의 명료화나 반영을 사용한다. 이들은 해석이 저항을 조장하며 상담자에게 너무 많은 치료적 책임을 갖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정의 반영도 대부분 온화한 해석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감정을 반영할 때에는 항상 내담자가 제시한 자료 중에서 선택하되, 내담자가 표현한 것 중에서 가장 정서적인 색채를 띤 감정들을 반영한다. 감정 반영에서는 어느 감정이 가장 내담자에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고, 감정의 명료화에서는 내담자가 원래 제시한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추가하여 반응한다. 따라서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을 반영하고 명료화하는 것은 해석적인 반응과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며, 모두가 하나의 연속체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담자의 반영, 명료화, 직면 및 해석은 각기 다르게 표현되지만, 반응 내용의 정도와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내담자의 내면세계에 접근하는 깊이의 정도는 '반영-명료화-직면-해석'의 순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석의 방법은 행동 및 성격 변화의 원리와 가정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일반적 지침을 말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사례에 따라 적절히 그리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은 독자들의 참고를 위해서 해석의 대상, 시기, 제시 형태 및 제한점을 소개한다.
(1) 해석의 대상
초기의 면접에서는 상담에 대한 잘못된 기대와 미온적인 태도를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의 해석은 상담과정을 밝혀 주고 내담자가 앞으로 유의하여 노력해야 할 영역을 제시해준다. 상담이 진행됨에 따라 내담자의 방어기제들이나 문제에 대한 생각, 느낌, 행동양식 등을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내담자가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설명해 주며, 상담이 더욱 진행됨에 따라 방어기제와 태도들의 어떤 측면이 효과적이고 비효과적인지를 구체적으로 해석한다.
상담의 종반기에는 내담자 자신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도록 북돋가 주기 위해 일반적인 내용을 해석하면서 해석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같이 해석의 대상과 내용은 상담과정의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2) 해석의 시기
해석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의 문제다. 해석은 내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될 때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내담자가 거의 깨닫고는 있어도 확실하게 개념화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 해석을 해 주어야 가장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서 내담자가 스스로 거의 깨달은 후에 해석을 하거나, 내담자가 스스로 해석을 내리도록 인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해석하면 내담자는 심리적인 균형이 깨져 몹시 불안해진다.
대체로 상담의 초기단계에는 감정의 반영을 많이 하게 되며, 다음에는 내담자의 성격과 태도를 명료화하는 해석을 한다. 흔히 구체적인 내용의 해석과 보다 심층적인 해석은 상담관계가 형성되는 중반기까지는 보류한다. 일반적으로 내담자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나 해석의 실증적 근거가 없을 떄에는 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
(3) 해석의 제시 형태
잠정적 표현 - 상담자가 판단한 내용을 단정적으로 해석해 주기보다는 암시적이거나 잠정적인 표현으로 한다. 예를 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그것인 것 같은데요" 혹은 "당신은 그 점을 가장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하기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로 ~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지 모르지요"라고 말한다.
점진적 진행 - 상담의 해석은 내담자의 생각보다 뒤늦어서도 안되지만 너무 앞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내담자가 생각하거나 느낀다고 믿는 방향으로 한 걸음 정도 앞서서 점차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반복적 제시 - 필요하고 타당한 해석이 내담자의 저항을 받게 되면, 상담자는 적절한 때에 다른 부수적인 경험적 증거를 제시하면서 해석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흔히 내담자들은 처음의 해석을 이해나 수용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문 형태의 제시 - 해석은 내담자를 관찰하여 얻은 예감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하므로 가능하면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질문 형태로 하며, 내담자 스스로가 해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석적 질문 형태는 선도적 질문, 의미 탐색적 질문, 해석적 질문, 그리고 직면적 질문의 네 가지를 포함한다.
감정적 몰입을 위한 해석 - 흔히 초심자들은 내담자의 생각이나 내면적 동기만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해석이 주로 지적인 차원에 국한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유능한 상담자는 지적인 차원보다는 감정적 차원에 초점을 맞춘 해석을 더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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